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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은 깊고 은은한 맛이 특징인 음식문화로, 간 맞추기 방식에서도 섬세함과 조화를 중시합니다. 서양 요리가 재료 중심의 간단한 조미에 집중한다면, 한식은 다층적인 조미를 통해 감칠맛을 끌어내고, 음식의 재료, 조리법, 계절, 함께 내는 반찬까지 고려하여 간을 맞추는 복합적인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간장, 된장, 고추장 같은 장류를 기본으로 하여 간을 조절하고, 소금, 멸치액젓, 새우젓 등 천연 재료를 활용한 전통적인 간 맞추기 방식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식의 간 맞추기 방식과 특징을 중심으로, 그 철학과 실제 적용 방식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장류 중심의 간 맞추기
한식의 간 맞추기 방식과 특징 중 가장 근본이 되는 요소는 ‘장류’입니다. 간장, 된장, 고추장은 한식 조리의 핵심 조미료이며, 이 장류를 통해 짠맛, 감칠맛, 깊은 향까지 조절합니다.
간장은 국간장(조선간장)과 진간장으로 구분되며, 각각 국물용과 조림・볶음용으로 사용됩니다. 국간장은 염도가 높고 색이 연해 탕이나 찌개, 나물무침 등에 자주 쓰이고, 진간장은 색이 진하고 단맛이 더해져 불고기, 잡채, 조림 요리에 적합합니다.
된장은 국과 찌개의 기본 국물 간에 자주 사용되며, 고추장은 매콤한 양념장에 주로 쓰입니다. 이 세 가지 장류는 각각 발효 기간, 원료, 지역에 따라 맛이 다르기 때문에, 요리의 목적과 식재료의 성질에 맞춰 적절히 조합해야 최적의 간을 맞출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된장찌개를 끓일 때 국간장을 살짝 더해 깊은 맛을 내거나, 고추장 양념에 간장을 소량 넣어 단맛과 짠맛의 균형을 맞추는 방식이 흔히 쓰입니다.
천연 재료 활용한 간 조절
한식의 간 맞추기 방식과 특징에서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천연 재료를 통한 간 조절입니다. 소금뿐 아니라 멸치액젓, 까나리액젓, 새우젓 등 발효젓갈류는 김치와 나물류는 물론 찌개나 국에서도 은은한 감칠맛을 더하는 데 활용됩니다. 특히 젓갈은 단순한 짠맛을 넘어서 발효 향과 아미노산이 복합적인 풍미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정제소금보다 더 복합적인 간 조절이 가능합니다.
또한 멸치, 다시마, 표고버섯 등을 우려낸 육수 자체가 간의 기초가 되기도 하며, 이 국물에 장류를 소량 넣는 방식으로 ‘은은한 간’이 완성됩니다. 이런 방식은 음식의 본 맛을 해치지 않고 자연스러운 감칠맛을 더해주는 특징이 있어, 나물무침, 국류, 전골, 전통 찌개에서 자주 활용됩니다.
한편, 마늘, 생강, 파 등의 향신채도 간 조절의 역할을 합니다. 이들은 양념장에 짠맛을 보완하거나 입맛을 살리는 데 효과적이며, 고기나 해산물의 비린내를 잡고 풍미를 돋워주어 실제 간의 양을 줄이면서도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게 만듭니다.
음식 종류별 간 조절 특징
한식의 간 맞추기 방식은 음식의 종류에 따라 매우 다르게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찌개와 탕류는 국물 맛의 깊이가 중요하기 때문에, 기본 육수를 낸 후 국간장이나 된장 등으로 간을 맞추되, 짠맛이 강하지 않도록 조절합니다. 반면 조림 요리는 졸이면서 간이 농축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간을 강하게 하기보다는 중간에 간을 보며 조절하는 방식이 중요합니다.
나물류나 무침류는 소금이나 국간장으로 밑간을 한 뒤, 들기름이나 참기름, 깨소금 등을 넣어 고소함으로 맛을 완성합니다. 이때 지나친 간보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며, 간은 가능한 한 약하게 시작해 부족하면 보충하는 방식이 선호됩니다. 반면 김치처럼 장기 보관이 필요한 발효 음식은 염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맞춰야 하며, 액젓, 젓갈, 소금 등을 함께 활용해 복합적인 간을 형성합니다.
또한 제사상이나 잔치 음식은 간을 일부러 약하게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는 모든 연령층이 함께 먹는 음식이라는 점과, 여러 가지 반찬이 함께 차려지는 식문화 특성상 각각의 간이 강하면 전체 상차림에서 조화가 깨지기 때문입니다. 즉, 한식의 간은 독립적인 맛보다는 ‘조화’를 전제로 설계된다는 점에서 서양 요리와 가장 큰 차이를 보입니다.